석탄발전소 주민들이 외쳤다 “탈석탄”

김한솔 기자

‘석탄을 넘어서’ 온라인 출범

<b>석탄을 넘어서…푸른 하늘로</b>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인 7일 전국 15개 환경단체 회원들이 탈석탄 캠페인인 ‘석탄을 넘어서’ 출범식을 열고 석탄발전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석탄을 넘어서…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인 7일 전국 15개 환경단체 회원들이 탈석탄 캠페인인 ‘석탄을 넘어서’ 출범식을 열고 석탄발전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2010년 미국서 시작해 확산
정부에 탈석탄 로드맵 요구

“납·수은 등 발암물질 발생
비산먼지·소음·악취 시달려
건강 피해 보상 근거도 없어”

“수십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쌓인 석탄재는 땅에 스며들어 마을 토양을 오염시켰고, 마을 주민들은 이를 모른 채 20여년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습니다. 마을에는 암 등으로 투병 중인 주민들이 수십명에 이릅니다. 이런 피해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충남 서천화력발전소 인근에서 37년째 살고 있는 채종국씨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글로벌 ‘탈석탄’ 캠페인 ‘석탄을 넘어서(Korea Beyond Coal)’ 온라인 출범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국제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이 2010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후 2017년 유럽, 2019년 호주로 확산됐다.

이 캠페인에 연대하는 국내 15개 환경단체들은 이날 출범식에서 한국 정부를 향해 ‘2030년 탈석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출범식이 열린 이날은 한국 정부의 제안으로 유엔 기념일로 제정된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이기도 하다.

출범식에는 국내 곳곳의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나와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채종국씨가 살고 있는 충남은 3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석탄발전소 밀집지다. 채씨는 “충남에서 생산된 전기의 38%만 충남에서 사용되는데, 충남 주민들은 석탄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에는 신서천화력발전소의 배관설비 청소 작업 중 발생한 스팀이 그대로 바다에 내뿜어지는 과정에서, 그 침전물이 채씨가 사는 마을로 날아들기도 했다. 채씨는 “시료 분석 결과 발암물질인 크롬과 납, 수은 등이 검출됐다”며 “지난 수십년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에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해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금선면 명덕마을에 사는 전미경씨도 나섰다. 명덕마을은 사천남해하동석탄화력발전소와 고작 130여m 떨어져 있다. 그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비산먼지와 소음, 악취에 수십년간 노출된 마을 주민들이 건강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전씨는 “1995년 석탄화력발전소가 처음 가동된 이후,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마을 주민 29명이 암으로 고통받거나 사망했다”며 “주민 대부분이 만성 피부질환이나 불면증 등 여러 복합적인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호소할 때마다 하동군에서는 ‘건강피해를 보상할 근거가 없다’고 할 뿐”이라며 기자회견 도중 울먹였다.

이날 국내에서도 첫발을 내딛게 된 ‘석탄을 넘어서’ 캠페인은 2030년 탈석탄 달성을 목표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석탄 관련 사업에 대한 금융 제공 중단 촉구 등의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석탄발전소 퇴출로 영향을 받게 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고려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그동안 지역 차원에서 이뤄졌던 탈석탄 운동을 전국 규모로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해외 탈석탄 운동의 성공 사례를 국내에 맞게 적용하고, 국제단체와의 공조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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