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KINN] 발전소 배출 물질 추적➂ 총염소 조사는 왜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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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5-09-08 11:21본문
이 기획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의 회원사인 기후·생태 전문매체 ‘살아지구' (https://disappearth.org)가 취재했습니다.
이번 취재는 무심코 나온 어민의 한마디에서 시작했다. “갯바위에 굴이 사라졌다.” 핵발전소든 화력발전소든 가동하려면 냉각을 위해 뜨겁게 데운 바닷물 즉, 온배수를 내보낸다. 온배수 방류로 부산 기장, 전남 영광, 충남 서산, 인천 등에서 해양 생태계 변화와 파괴, 어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온배수가 일으킨 각종 문제는 ‘열’에만 한정해 조사했다. 그런데 ‘열’이 전부가 아니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온배수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던 ‘화학물질’이 대량 들어 있었다. ‘살아지구’는 화력발전소가 내보내는 온배수 속 ‘화학물질’의 정체를 폭로하고, 이 물질의 존재가 어떻게 감춰져 있었는지 추적한다. 이번 기획은 값싼 전기 사용의 편익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어민에게 전가하는지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하다. - 편집자 주
가정용 락스 연간 1,350만 통 분량 소독제 옹진군 바다에 쏟아내
영흥화력발전소는 매년 27억 톤의 온배수를 바다에 쏟아낸다. 이 물에는 가정용 락스 1,350만 병 분량의 살균소독제,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들어 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바닷물 속에서 ‘총염소’ 성분으로 변해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생명을 파괴할 수 있는 유해 물질인 것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염소는 햇빛에 의해 빠르게 분해돼 해양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살아지구>의 조사 결과, 굴이 사라진 승봉도 일대 해안에서 총염소가 검출됐다. 승봉도 북쪽 해변에서는 64ppb나 측정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해양생물을 급성으로 폐사시킬 영향이 없는 안전한 수준’인 13ppb의 4.9배를 초과한 양이다. 굴 폐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농도 수치였다.
승봉도 바다에서 나온 많은 총염소의 출처가 영흥화력발전소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승봉도 근처에서 가장 큰 총염소 배출원은 영흥화력발전소임은 틀림없다. 옹진군 일대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총염소 영향 조사가 요구된다.
그러나 온배수 피해 조사는 ‘열’ 조사에 머물렀고, 온배수 속 살균 소독제의 산물인 ‘총염소’ 조사는 빠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너무 늦게 알게 된 살균소독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존재
영흥화력발전소는 2006년 가동했다. 인근 섬 주민들이 피해 조사를 요구한 건 2018년부터다. 어민들은 영흥화력발전소 3,4호기가 들어선 2000년대 중반부터 굴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다시마 등의 생산도 줄었다고 주장했다.
(어업피해보상 요구를 시작한 건)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돼 갖고 사진도 찍어서 보내고 했죠. 여기에서 계속 굴이 죽어 나가는 거야. 한국남동발전 보이는 쪽부터 굴이 죽어 나가는 거야. 그때 자월면에다 연락을 했었죠. 남동발전 온배수 문제로다가 이게 굴이 점점 죽어나가고 그런다. 그게 (이유) 같다. 그래서 우리가 협의체를 만들었어요강차병 이작어촌계장/어민대표

▲ 강차병 이작어촌계장. 영흥화력발전소로 인한 어업피해보상 어민협의체의 대표를 맡았다. 강차병 씨는 ‘‘더 이상 못참겠다’는 마음으로 발전소 측에 피해 조사와 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3년간 줄다리기 끝에 2021년 어민대책위원회와 한국남동발전은 온배수 배출에 따른 어업 피해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발전소가 어민들에게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어민들과 한국남동발전은 수온(변화), 굴 등의 생산량 변화 등 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부경대 해양과학공동연구소가 조사를 맡았다.
화력발전소든, 핵발전소든 지금껏 피해 조사는 ‘온배수’에 집중됐다. 발전소가 전력 생산을 하는 과정에 바닷물을 끌어와 쓰고 다시 바다에 쏟아내는데, 이때 배출하는 물은 주변 바다보다 7도가량 뜨거워 생태계가 교란, 파괴된다. 피해 보상은 온배수의 ‘열’로 인한 수온 변화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온배수에는 ‘열’만 있는 게 아니다. 총염소 형태의 화학물질도 있다. 살아지구의 취재로 굴이 사라지는 주된 원인이 ‘열’이 아닌 ‘총염소’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았다는 점이다.
어민들은 발전소가 화학물질을 사용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러나 피해 조사를 합의할 때만 해도 그 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바다에 어떤 영향을 줄지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피해 없는 전기 분해를 한다”는 발전소의 답변… 알고 보니, 살균소독제 대량 사용
어민들은 2023년 열린 어업 피해조사 중간 보고회 전까지, 온배수가 그저 따뜻한 바닷물로만 여겼다고 한다. 온배수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는 소독제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여기에는 발전소 측이 소독제 사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도 한몫 차지한다. 발전소는 총량 단위로 소독제의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을 정도다.
강차병 어촌계장은 2023년 어업 피해조사 중간 보고회에서 한국남동발전의 어업 보상 담당자를 만났을 때, 평소 발전소 측에 어떤 화학물질을 쓰는지 물어봤다고 했다. 이때 발전소 측은 “피해가 없는 전기분해’를 이용해 따개비 등을 없앤다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답변을 했다고 기억했다.
“자기들은(영흥화력발전소는) 약품 같은 거 안 쓴대요. 그럼, 바닷물 빨아들이는 관로 같은 데 홍합이나 따개비 없애는 작업을 뭐로 하냐? 염산을 쓰는 거 아니냐? 했더니, 염산은 이제 못 쓴다고 하고, 그럼 어떻게 없애느냐 물었더니, 피해가 없는 전기 분해를 한다는 거예요. (바닷물을) 전기 분해를 해서 관로에다가 물을 집어 넣어서 전기분해한 물을 쓰면 안 붙는대. 그러면 그 양이 얼마냐 그랬더니, 어마어마해요. 근데 따개비, 굴 죽으라고 전기 분해를 한다는데, 전기 분해한 물이 전부 다 바닷물에 다 섞이는데 그게 피해가 없다? 그게 말이 돼? 안 되죠.”강차병 이작어촌계장/어민대표
한국남동발전이 언급한 ‘피해가 없는 전기분해’는 정확히 말하면, 락스의 원료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즉 ‘해수전해설비’를 이용해 취수구에 달라붙는 따개비, 홍합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 과정에서 살균 소독제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배출돼 바닷물 속에 ‘총염소’ 형태로 잔존한다.
‘해수전해설비’는 발전소로서는 꼭 필요한 설비지만, 해양 생태계에는 악영향을 준다. 총염소가 플랑크톤, 홍합, 따개비, 굴 등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바닷물 속 총염소 허용 수준을 매우 낮게 정하고 있다. 강차병 씨가 들은 대로 “피해가 없는 전기 분해’는 결코 아닌 것이다.
영흥화력발전소의 연간 온배수 배출량은 2024년 기준 27억 톤이다. 냉각수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평균 0.4ppm(400ppb) 농도로 연속 사용하는 사실에 비췄을 때, 영흥화력발전소의 연간 차아염소산나트륨 사용량은 1,080톤으로 추산된다. 2L짜리 가정용 락스 1,350만 병에 해당한다.
궤변 ① ‘합의 당시, 어민들의 총염소 조사 요구가 없었기에 조사하지 않은 것’
뒤늦게 발전소가 대량의 살균 소독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민들은 발전소와 부경대 측을 향해 피해 조사 내용에 총염소 측정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수온 변화 조사 외에도 총염소 조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한국남동발전은 이미 조사 내용에 대한 합의가 끝난 사항이라며 어민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살아지구>가 한국남동발전에 어민들의 총염소 조사 요구를 거절한 이유를 묻자, 한국남동발전은 “어민들과 조사 내용을 협의할 때, 잔류염소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 주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온배수 피해 조사를 합의할 당시, 바닷물 속에 ‘잔류 염소’가 얼마나 되는지, 또 해양 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해 달라는 어민들의 요구가 없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땐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대량 사용된다는 사실을 어민들이 잘 몰랐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살아지구) 9월 5일자, 원고(박소희, 임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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