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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발전소에서 22년, 돌아온 건 진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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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5-04-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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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 판정에도 행정은 뭐하나…개인 비용으로 수술 받아
전문가 “발전소 청소노동자 약 90여 명,전수 조사 필요해

화력발전소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들이 ‘진폐증’ 확진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일 석문면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검진 및 중금속 검사 결과, 주민설명회에서 검진 항목이었던 폐CT 결과 진폐증 확진과 의심환자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1547호, 발전소 인근 주민 발암물질 ‘비소’ 검출‘ 기사 참조> 그러나 충남도나 당진시는 이에 대해 체계적인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 석탄 분진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지만, 명확한 역학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밀가루처럼 갈아 분사하는 석탄…그 속에서 22년”

당진화력발전소에서 22년간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박경희(70대‧여) 씨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충남도에서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시행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교로3리에 살고 있어 그나마 가능했던 검사였다. 검사는 지난해 11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서 진행됐다. 검사 결과, 박경희 씨는 ‘탄분증(진폐증)’이라는 결과지를 받았다. 진폐증이란 분진을 들이마심으로써 폐에 장애를 일으키는 병을 말한다.

“저보고 교수님이 대천에 있는 탄분증 전문병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셨어요. 석탄 가루 때문에 그런 거라던데…. 인정되면 국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도 해준다고 하셨어요”

박경희 씨가 22년간 몸담았던 발전소 내부는 늘 탄가루로 뒤덮여 있었다. 발전소는 석탄을 곱게 갈아 연소시키는 ‘미분탄 연소 방식’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탄가루가 공기 중을 떠다니다 바닥에 쌓인다. 박 씨는 “보일러동을 비롯해 발전소 안을 청소하기 위해 아침에 들어가면 밤새 날린 탄가루로 뒤덮여 있었다. 신발을 신고 걸으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힐 정도였다” 고 말했다.

그러나 발전소 내부에는 날리는 먼지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시설이 없었다. 터빈실이나 보일러실에서 탄가루가 계속 떨어지고, 일부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시 쌓였다. 먼지를 차단할 시스템이 없었고, 마스크 하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천으로된 마스크나 일반마스크를 줬었어요. 한번 들어갔다오면 온몸이 (석탄 먼지로) 새까맣게 돼서 나왔죠.”

"퇴직 후 3년 만에 받은 진폐 판정"

박경희 씨는 3년 전 퇴직했다.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호흡 곤란과 만성 기침이 심해졌다.

박 씨의 남편인 김갑주 씨는 “몇 년 전부터 아내가 밤마다 기침을 했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고 했다”며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진폐 때문일 줄은 몰랐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내가 병들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 다.

직업으로 인해 진폐 판정을 받으면 국가에서 치료 지원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 지만 이러한 제도를 모르는 노동자들이 많다. 박 씨 역시 “같이 일했던 동료들 중에도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지만, 제대로 검사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 다.

부부 모두 폐가 병들었다

박경희 씨처럼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건강검진을 받아 폐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개인이 들어놓은 보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주민도 있다.

교로3리에 거주하며 석탄화력발전소에서 30여 년간 일해온 신상윤(70대‧남성)‧정선순(70대‧여성) 부부가 그렇다.

이 부부의 경우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건강검진을 받고 신상윤 씨는 진폐증 진단을, 정선순 씨는 폐에 결절이 발견 됐다. 병원에서 걸려온 상담전화를 받고 아내 정선순 씨는 올해 2월 폐 결절 수술을 받았다. 흉부CT 결과 우측 폐에서 종괴(약 2.8cm)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입원하고 수술을 진행하면서 간호사가 직업에 대해 한번 묻기도 했다.

“수술하려고 병원에 갔더니 폐에 까만게 있다고 그걸 떼어내면 된다고 하셨어요. 간호사님이 어디서 일했냐고 물어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청소했다고 했어요. 입원하고 수술하고 그리고 치료받는건 다 제가 들어놓은 보험으로 했죠.”

아내 정선순 씨는 박경희 씨처럼 지난  21년간 발전소 내에서 석탄 가루 청소를 했다.

남편 신상윤 씨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폐에 염증성 폐결절과 탄분섬유화증 진단을 받았다. 현재 신 씨는 호흡기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신상윤 씨는 30년이 넘게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퍼나르는 일과 석탄 가루를 청소하는 업무를 해오고 있 다.

“우리 부부가 모두 폐가 망가지니까 혹시 발전소에서 일해서 그런가 생각이 들어서 너무 억울하고 속상했죠. 그런데 이웃 주민인 박경희 씨가 이번에 진폐증으로 국가에 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우리 부부도 그럴 수 있나 너무 궁금합니다. 알려주는 곳도 없고 관심도 없고 어째야 할지….”

석탄 가루 마셔가며 일한 근무자 총 90여 명

위 사례의 진폐증과 폐결절 수술을 받은 박경희, 정선순, 신상윤 씨는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으로 1990년대 당시 석문면 교로리에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취업한 경우다. 이후 지난 2017년부터 충남도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영향평가가 당진, 태안, 보령, 서천에서 시행 됐다. 당진은 교로1‧2‧3리의 주민 11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건강검진 및 중금속 검사를 시행했다. 당진은 건강검사시 흉부CT 항목을 요청했다. 발전소에서 근무했던 그들은 20여 년이 흘러서야 그동안 폐에 병든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들은 그나마 나은 경우이다. 석탄화력발전소 20km 반경 내 인근 주민이 아닌 똑같은 환경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신상윤 씨는 “같이 일하던 동료 중 두 명은 폐암으로 죽었다”며 “다른 한 명도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고 다른 사람들도 기침과 가래는 달고 산다”고 말했다.

김병빈 당진화력발전소민간환경감시센 터 센터장은 이번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건강검진 및 중금속 검사 결과에 많은 우려를 표하며 센터로 검사지를 들고 찾아오는 주민들의 근심을 상담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번 비소 검출도 심각하지만 진폐증이 나왔다는 것은 석탄화력발 전소가 주민과 근로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주시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결과에서 진폐증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 안에서 일하던 분들한테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빨리 전수조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첫 번째로 행정에서 빨리 파악해서 알려줘야 하고 두 번째로 아직 검사를 받지 못한 인근 주민이 아닌 약 90여명의 근로자들과 또 다른 작업장의 근로자들을 검진받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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