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석문 주민의 8년 투쟁 끝에 ‘지중화’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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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5-03-10 09:38본문
마을 관통하던 345kV 송전선, 지중화로 주민 피해 최소화
기존에 설치됐던 154kV 송전선도 철거키로 협의, 오는 2028년까지

8년 동안 석문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투쟁을 이어온 결과 ‘당진화력-신송산 간 345kV 송전선로’ 노선 중 대부분을 지중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존에 석문화력에서 석문변전소까지 이어지던 154kV 철탑도 일부 철거하는 약속도 받아냈다. 그동안 한국전력과 석문면민 사이에 첨예하게 대치됐던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종지부가 그려지고 있다.
‘밀실’ 협의, 뒤늦게 알려지자 지역 발칵
‘당진화력-신송산 간 345kV 송전선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018년. 2013년 정부에서 765kV 신서산-당진화력 송전선로의 계통보강 및 당진화력 발전력의 안전수송을 이유로 당진화력서 신송산까지 이어지는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발표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석문면 교로3리에 있는 당진화력부터 송산면 동곡리에 있는 신송산변전소까지 총 28km에 걸쳐 345kV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철탑이 땅 위에 세워지는 구간만 17.7km에 이른다.
지중화를 포함해 철탑이 지나가는 구간만 교로2리와 교로3리, 장고항1·2·3리, 삼봉1·2리, 통정 1·2리, 삼화1·2·3리다. 심지어 철탑 노선이 석문산단을 관통하지 않고 마을 쪽으로 인접해 지나가는 계획이었다.
건설 계획에 대해 석문면 송전선로 반대대책위가 한전과 협의서를 체결했고,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석문면이 발칵 뒤집혔다. 반대대책위는 당시 한전의 계획에 대해 236억5000만 원의 발전기금을 받아 대상마을에 지급하고 마을별 지급금액은 대책위 의견에 따른다는 내용을 협의서에 포함했다.
뒤늦게 협의 사실을 알게 된 주민은 즉각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밀실 협의서’라며, 원천무효를 요구했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2018년 그렇게 주민들은 한전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본지 제1202호 ‘“협의서 체결 주민들 전혀 몰랐다” 참고>

새롭게 대책위 구성, 주민 반대 목소리 모아
석문면민이 들끓기 시작했다. 반대대책위와는 다른 석문면 송전선로대책위원회(위원장 조권형)가 새롭게 구성됐고, 대책위를 중심으로 면민들은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지난 2018년 9월 12일. 대책위의 조권형 위원장과 유병수 사무국장은 그날 그때를 정확히 기억했다. 송전탑 건설 반대를 위해 주민들이 세종시에 위치한 산업통상자원부로 향했던 날이기 때문이다.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구성한 선발대는 일찍이 새벽 5시부터 세종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석문면민과 석문산단 입주기업, 호서대 학생 및 관계자 700여 명이 석문스포츠센터 앞으로 모였다. 이날 동원된 대형 버스만 무려 30여 대에 이르렀다.
밤샘 투쟁까지 각오했던 대책위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석문면의 의지를 정확히 표명했고, 주민대표단이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사업과 직원을 만나 항의와 함께 성명서를 전달했다. <본지 제1224호 ‘“철탑 반대!”’ 기사 참고>
이밖에도 주민들과 대책위는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시로, 석문면 행정복지센터로, 당진시청 앞으로 주민들이 모여 “철탑 반대!”를 외쳤다.

17.8km 구간에 지중화 하기로 결정
새롭게 대책위가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집회 등으로 목소리를 낸 지 8년이 지났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이 문제가 이번에 지중화라는 합의로 어느 정도 매듭됐다.
처음 1기 반대대책위가 협의했던 노선과는 확연히 달라진 합의안이 도출됐다. 석문산단 내 345kV 신석문변전소가 만들어지며, 마을 쪽이 아닌 석문산단 안쪽으로 지중화 노선이 지나가게 된다. 이전 계획에는 17.8km 구간에 대해 지지물 54기(4회선 32기, 2회선 22기)가 지나갔던 반면, 이 부분이 모두 지중화로 결정됐다.
또한 신석문변전소가 생기고, 이 구간으로 지중화가 이뤄지면서 기존에 화력발전소에서 석문산단까지 이어지던 154kV는 지중화 공사가 끝나면 철거될 예정이다. 철거되는 철탑만 27개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전 노선 중 지중화 되지 않는 부분은 3.5km로, 이곳은 석문에서 송산을 넘어가기 때문에 지중화가 어렵다. 다행히도 이 구간은 민가하고도 3~4km 떨어져 있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 기간도 다소 늘어났다. 당초에는 2023년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6년 12월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2028년 12월까지 이어진다.
“8년 세월 동참해준 주민에게 감사”
지난 6일에 있었던 주민설명회에도 큰 소리 없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갈등으로 번졌던 주민설명회가 합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는 한전에서 참석 주민을 대상으로 변경된 계획에 대해 발표했으며, 주민들의 질의 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주민들은 공사 방식이나 철거되는 철탑에 대한 소유권 등에 대해 질문했다. 또한 현재 당진시 미래에너지과 및 석문면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345kV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한 공람과 주민의견을 받고 있다.
이후 한전에서는 주민설명회와 공고 열람 기간이 끝나면 주민 의견을 받은 뒤 실시계획 승인 변경 신청을 오는 20일까지 정부에 하게 된다. 사업은 오는 2028년 12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조권형 대책위원장은 “굳은 신념으로 확신을 가지고 석문면민의 입장을 호소하고, 한전을 설득한 결과 주민이 받아들일 수준에서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적극 협조하고 동참해준 주민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3월7일자 당진시대 (한수미기자) 기사 옮김